하늘 맞닿은 ‘은빛 팜파스’…어느새 가을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가 선정한 태안 ‘강소형 잠재관광지’인 청산수목원의 명물 팜파스그라스. 아르헨티나 원산의 벼과식물로 8월부터 10월까지 은백색 꽃을 피운다. 서양억새로도 불리는데 사람보다 큰 키와 풍성한 꽃뭉치가 푸른 하늘 아래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이 이국적이고 몽환적이다. 태안|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여전히 따가운 햇살과 후덥지근한 무더위. 하지만 처서를 지나면서 아침, 저녁 조금씩 선선함이 느껴진다. 시나브로 옅게 풍겨오는 가을 내음새. 제주에는 벌써 황화코스모스가 피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올 여름도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늦여름과 초가을이 엇갈리는 이맘 때 태안에선 휴가철 들뜬 열기와는 다른 느낌의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파란 하늘 아래 우뚝 선 수목원 팜파스그라스의 은백색 꽃줄기부터 해안 사구의 삽상한 풍광, 그리고 ‘일몰 맛집’의 황홀한 낙조까지 여행객의 가슴에 조용히 스며든다.
●파란 하늘 아래 하늘하늘, 팜파스그라스
태안 남면에 있는 청산수목원은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가 선정한 지역의 ‘강소형 잠재관광지’다. 규모가 10만m²로 제법 넓다. 크게 수목원과 수생식물원으로 나누어 황금삼나무, 홍가시나무, 부처꽃, 앵초, 창포, 부들 등 수목과 야생화 600여 종을 볼 수 있다. 너른 부지를 밀레의 정원, 삼족오 미로공원, 고갱의 정원, 만다라정원, 황금삼나무의 길 등 테마별로 오밀조밀 가꾸어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8월부터 10월까지 이곳을 대표하는 ‘인기 스타’는 팜파스그라스다. 서양 억새라고도 불리는 코르타에리아속 벼과 식물로 아르헨티나가 원산지다. 그래서 이름도 남미 초원지대를 뜻하는 팜파스와 풀을 뜻하는 그라스를 연결해 지었다. 사람보다 큰 키와 은백색의 탐스러운 꽃이 특징이다. 뉴질랜드, 뉴기니, 남미 등에 주로 분포하는데 최근 국내 여러 곳에서 조경식물로 인기다. 청산수목원에는 두 종류의 팜파스그라스가 있는데, 그중 조생종이 8월 중순부터 꽃을 피웠다.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우뚝 솟은 팜파스그라스가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은 꽤 이국적이고 몽환적이다. 또한 가을 정취도 듬뿍 담겨 있다.
청산수목원은 최근 인근 논을 빌려 발리 풍의 정자도 지었는데, 가을 수확기에 벼가 누렇게 물들면 같이 어우러져 새 포토존으로 인기를 모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소형 잠재관광지: 덜 알려진 지역 유망 관광지를 지자체와 협력하여 육성하는 사업. 현재는 방문객이 많지 않지만 체계적 컨설팅과 홍보, 마케팅을 통해 인기 관광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유·무료 관광지다.